Home< 창작방 < 평론     
 
 
 
아이디저장
 
   이성호
   나희덕의 시 \' 배추의 마음\'
  

(21) 배추의 마음(2018, 나희덕 羅喜德, 1966~ )

 

배추에게도 마음이 있나 보다

씨앗 뿌리고 농약 없이 키우려니

하도 자라지 않아

가을이 되어도 헛일일 것 같더니

여름내 밭둑 지나며 잊지 않았던 말

ㅡ 나는 너희로 하여 기쁠 것 같다

ㅡ 잘 자라 기쁠 것 같아

 

늦가을 배추 포기 묶어 주며 보니

그래도 튼실하게 자라 속이 꽤 찼다

ㅡ 혹시 배추 벌레 한 마리

이 속에 갇혀 나오지 못하면 어떡하지?

꼭 동여매지도 못하는 사람 마음 하나

배추벌레에게 반 넘어 먹히고도

속은 점점 순결한 잎으로 차오르는

배추의 마음이 뭐가 다를까

배추 풀물이 사람 소매에도 들었나 보다

 

   배추는 무와 함께 우리에게 가장 가까운 식품의 재료가 되는 채소다. 이 시는 배추를 통해서 본 농부의 따뜻한 마음이 구김살 없이 잘 표현된 작품이다. 배추는 농부의 마음을 드러낸 도화지로서 농약없이 키우려는 농부의 정성이 화자의 지순한 자연친화적인 서정으로 표현되어 독자의 마음을 울컥하게 한다.

   이 작품은 누구나 읽어서 쉽게 이해가 되고, 작은 벌레 하나에도 미치는 아름다운 마음이 한지에 물이 배듯이 독자의 가슴을 적시게 한다. 여기엔 현란한 수식의 서사나 끔찍한 언어의 폭거로 이루어진 요즘의 흔해빠진 시와는 거리가 멀다.

   세상은 하나의 집, 남이란 없는 거다 / 사람도 동물들도 곡식이나 채소까지 / 모두가 다 하나 되어 어울리는 풍경 보라

   때 묻은 날의 기억 튼실한 포기마다 / 차오르는 초록빛에 안겨 오는 벅찬 기억 / 농부의 발자국 소리 무럭무럭 커 간다

 

   시인은 충남 논산에서 태어나 엄마를 따라 보육원에 들어와 어린 시절을 보냈다. 연세대를 졸업한 후 고교 교사를 거처 현재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로 있다. 1989년 등단(중앙일보 신춘문예)한 후 좋은 작품을 많이 발표하여 김수영문학상, 현대문학상, 소월시문학상, 지난 2019년에는 백석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시집으로는 <뿌리에게>, <그 곳이 멀지 않다>, 보랏빛은 어디에서 오는가> 등이 있다.

   위 작품에는 독백이나 대화체가 섞인 친근한 어투나 분위기로 하여, 햇볕 받으며 고요히 반짝이는 밭뚝의 이랑 사이로 건져 올린 자연친화적인 생애의 잔잔한 안식과 즐거움이 가득 차 있다. 그의 작품은 자연과의 사랑과 교감을 통한 생명의 가치를 역설적으로까지 표현한 아름다움(조 원), ‘따뜻함과 단정함의 미학'이라는 평과 함께, 정직하고 튼실한 시의 생명력을 강하게 느끼게 한다.



*  소월의 진달래꽃에서 시작하여 나희덕의 배추의 마음에 이르기까지 발표된 시대순으로 21편의 작품을 들어, 시작품으로 본 한국 현대시 100년의 흐름과 전망이라는 주제로 약 320매 분량의 원고 작성 초고를 마쳤다. 기회가 되면 단행본으로 내든지, 아니면 어디 투고를 했으면 한다. 어디 좋은 잡지가 있으면 추천해 주시기 바랍니다.

(연락처 010-2881-6823 이성호)     

 

 (수정 및 삭제시)
등록된 의견글이 없습니다.


글작성의 위해서는 관리자에게 등업요청을 하시면 가능합니다.
   게시물수 : 47 개
47 제21대 국회의원선거 관전평-2 손병흥 2020-04-16 939
46 제21대 국회의원선거 관전평-1 손병흥 2020-04-16 939
45 나희덕의 시 \' 배추의 마음\' 이성호 2020-04-05 79
44 명시 산책 (1) 김춘수의 \\\'꽃을 위한 서시\\\' 이성호 2020-02-29 177
43 둔촌 이집선생 재조명-3 손병흥 2020-02-22 958
42 둔촌 이집선생 재조명-2 손병흥 2020-02-22 958
41 둔촌 이집선생 재조명-1 손병흥 2020-02-22 959
40 권영숙 제2시조집 『눈물겹도록 푸르다』 해설 정영일 2020-02-13 63
39 여자는 왜 입술에 붉게 루주를 바르는가 정영일 2020-02-12 103
38 명인숙 수필집 『가벼움으로 가는 길』 해설 정영일 2020-02-12 81
37 권영숙(어미새) 스토리텔링집 『꽃은 한을 먹고 핀다』 해설 정영일 2020-02-12 93
36 김희진 시집 『저녁에 기대어』 해설 정영일 2020-02-12 61
35 송강 정철 문학과 발자취(3) 손병흥 2019-07-01 1997
34 송강 정철 문학과 발자취(2) 손병흥 2019-07-01 1997
33 송강 정철 문학과 발자취(1) 손병흥 2019-07-01 1997
32 시의 해석과 감상 관점(2) 손병흥 2019-05-24 2159
31 시의 해석과 감상 관점(1) 손병흥 2019-05-24 2159
30 한국 고전문학에 대한 이해(2) 손병흥 2019-05-22 2172
29 한국 고전문학에 대한 이해(1) 손병흥 2019-05-18 2173
28 ‘어벤져스’ 영화 이야기 손병흥 2019-05-07 4296
   1 [2] [3]  
글작성의 위해서는 관리자에게 등업요청을 하시면 가능합니다.

 
  26
  419,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