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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영일
   권영숙 제2시조집 『눈물겹도록 푸르다』 해설

   권영숙 제2시조집 『눈물겹도록 푸르다』

                                                                                                                              정영일
 
 

  시조시인 권영숙 제2시조집 『눈물겹도록 푸르다』는 2018년 7월 세종출판사에서 발간되었다.
  시인의 시집 제목을 보면서 먼저 갖는 생각이 있다. 시인이 사물을 보는 관점에서 가장 앞선 것은 무엇인가 하는 생각이다.
  사물을 보는 관점은 작가마다 다르다. 보는 사람, 듣는 사람, 느끼는 사람, 행동하는 사람 등 작가마다 좋아하는 유형이 다르다.
  가령, 봄을 묘사할 때 “봄을 본다” “봄을 듣는다.” “봄을 느낀다” “봄을 만진다” 등으로 작가의 시각이 먼저 멈추는 방향이 있다.
  권영숙 시인은 제목을 뽑을 때 “푸르다”고 하였으니, 이 작가의 시 중에는 사물을 먼저 보고난 다음에 느끼고 만지고 감동하고 즐거워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권영숙 시인은 사물을 보면서 즐기는 작가라는 생각이 드는 작품으로는 시집의 1부에 담겨 있는 ‘작은 언덕’에서는 언덕을 봤고, ‘다시 피는 꽃’에서는 진달래와 산수유, 이 밖에도 백마강, 백양산, 부전시장 등 시각으로 만난 작품이 많았다.
  그러다가 2부 3부로 가면, 바라보는 즐거움보다 소재가 가진 의미 중심으로 바뀐다. 이때는 바라보는 것보다 안에 담긴 의미가 더 소중해진다. ‘낙동강 하구’에서는 낙동강 보다는 ‘잠든 저녁’이 더 향기롭고, ‘이름 없는 화가’에서는 화가보다는 ‘강 같은 세월의 흐름’을 더 짚게 되는 것이다.
  4부에서는 작가의 생활이 드러나는 시가 많았다. ‘기쁨이 봇물처럼’에서는 아들 취직의 기쁨을 이야기했고, ‘무게’에서는 작가의 작은 어깨 위에 얹힌 짐을 바라봤고, ‘뜸’에서는 서툰 말로 타박을 받는 일상 속에 일어나는 일을 표현했다.

  사물을 시각으로 먼저 바라보는 작가들은 대체로 감정이 풍부하고 감동을 잘 한다. 또 정직하다.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순수하다. 이런 점에서 작가가 가진 장점이 많은 편이다. 이 작가와 반대쪽에 서 있는 사람들은 감정이 무딘 사람들이다. 도무지 어떤 일이든 감동을 하지 않는다. 금속성 기질을 갖춘 사람은 욕망이 크고 잔정이 없다. 이런 사람 곁에 있으면 상처 받고 눈물 흘리는 일이 많아진다.

  권영숙의 제2시조집 『눈물겹도록 푸르다』에는 84편의 시조가 실려 있다. 시조는 운율을 가진 시이다. 시조가 주는 즐거움은 우리 것에 담긴 애정이고 그 울림이 심장의 박동소리와 같은 속도여서 편안함을 주는 것이다. 엄마가 아기를 잠재울 때 심장의 박동소리와 같은 호흡으로 두드려주는 것과 같은 이치이리라.


    내 안의 보금자리 산실 같은 터전으로
    친정집 달려가듯 주말마다 달려가
    어머니 품에 안기듯 마음 풀어 앉는다.

    뿌린 대로 싹이 나고 가꾼 대로 보답하는
    설레는 꿈의 나라 선물 같은 손짓들
    호미질 한 소절마다 새로 배운 땀의 언어

    소박한 작은 행복 눈물겹도록 푸르다
    손끝으로 낳은 자식 해맑은 눈빛에
    오늘도 해 지는 줄 모르고 술 취하듯 취한다
                                                                                               시조 ‘눈물겹도록 푸르다’ 전부


  이 작품에서는 작품의 제재로 두 사람을 떠올렸는데, 친정어머니와 나다. 만남에서 친정 어머니와 나는 가장 가까운 사이로 묘사된다. 시에서 표현된 ‘산실 같은 터전’과 나를 친정 어머니와 나로 바꾸어놓아도 어색함이 없다. 또 달리 나와 ‘손끝으로 낳은 자식’으로 치환해도 크기는 달라지지 않는다. 그런데 둘 사이가 남다르다. 어제의 소통과 오늘의 소통이 다르다. ‘산실 같은 터전’과 나 사이에 새로운 매개가 들어서면서 둘을 술 취하듯 취하게 한다. 이 매개는 작가가 ‘새로 배운 땀의 언어’이다.
  이러한 변화는 문학의 힘이다. 문학이 책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변화를 주는 것이다. 이러한 작가의 표현 방식은 어떤 문학작품보다도 향기롭고 가치가 있는 것이다. 문학이 내 삶을 변화시킨다면 작가는 이미 문학 안에 들어와 있는 것이고 문학을 즐길 자격을 완전히 갖춘 것이다. 그리하여 작가는 힘이 솟고 다시 새로운 꿈을 꾸는 것이다.



    들녘도 산 속도 마취 풀린 계절이다

    모두가 눈 비비고 잠을 깨는 아침나절

    푸드득

    게으름 타는

    사월의 아침이다.
                                                                                                                  시조 ‘사월’ 전부

   

  작가의 아침이 시작된다. 모두가 나른하게 풀린 어느 전원의 고요함과 평화가 느껴지는 마을의 풍경. ‘게으름 타는/ 사월의 아침’이 새롭게 다가오고 있다. ‘게으름 타는’ 사월을 드러누운 사월로 보지 않는 것은 ‘푸드득’의 힘이다. 대개 의태어와 의성어는 다음 행동을 예고한다. 이 ‘사월의 아침’이 의미 있는 것은 작가에게 할일이 있기 때문이다. 그 일이 어떤 일이 될지 그저 독자는 그리스 희곡에 등장하는 코러스처럼 가만히 지켜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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