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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철
   문학도시 9월호 신인상 시 심사평 전문
          

*20199월호 툰학도시에 게재된 본인의 신인상 시 심사평이 본의 아니게 앞부분과 뒷부분 일부가 누락돼 인쇄되어 있기에 심사평의 본연의 뜻을 제대로 전달하고자 여기 전문을 올리오니 참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시 심사평

 

평범(平凡) 속의 비범(非凡), 비범 속의 평범

 

김철

 

 

1972년 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내려왔을 때의 불과 25명 정도였던 부산의 시인 수는 1981년 말 기준 59명이었다가, 우후죽순처럼 불어난 문예지의 추천을 통해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기 시작해 오늘날 1,000여명에 육박하는 걸로 알고 있다.

현재 거의 두문불출하고 계신 허만하 시인은 오래 전 필자에게, “시인이 너무 많으이 재미없제?”라고 자조 섞인 말씀을 하실 정도로 많아진 시인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는 신인들에게 단도직입적으로 일러두고 싶은 말이 있다. 그것은 바로 <비범(非凡)하라!>이다.

대우그룹의 김우중 회장은 도처에 돈이 좍 깔려 있다!”라는 말을 자주 했다. 장사를 하려면 남보다 더 일찍 문을 열고, 남보다 더 많이 고객에게 웃어주고, 남보다 깊이 고객에게 허리를 굽히면 고객은 자연히 불어나 돈을 잘 벌 수 있게 된다는 뜻이었다.

비범의 요체(要諦)는 엄청난 그 무엇이 아니라 이처럼 <남보다 조금 더 노력하는 정신 상태>인 것이다.

 

천선 시인의 시 7편 중 하산길, Singularity, 등 세 편을 골랐다.

하산길<바람 자리>를 핵심으로 한 시로서 구상 시인의 꽃자리를 연상시키기도 하지만 <꽃자리>의 자리는 <방석>을 의미하고, <바람 자리><자리><든자리, 난자리><자리>로서 <흔적>을 의미한다. 시인은 산에 올라갔다 내려오면서 풀들이 바람에 흔들리는 것을 보고 바람의 존재를 새삼 인식한 것 같은데, 이 시가 습작성(習作性)의 혼돈 상태에서 조금만 더 벗어났더라면 하는 아쉬움 속에서도 그나마 <내가 풀어놓은 아픔은 꽃들과 벌레의 먹이가 되어 사라지고>와 같은 시구에서 마지막 행인 <나는 푸른 호흡을 한다>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가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이함, 특이함>을 뜻하는 영어 단어 <Singularity>를 바로 제목으로 사용함으로써 자신의 특이성(特異性)을 시작부터 보여주는 이 시인은 시 속에서 <우리 모두가 똑같은 맘이라면/어디를 보나 다 똑같아서……너무 지루한 폭력이다>라고 하며 천편일률적이고 루틴(routine)한 현실이 아니라 자기 체질에 맞는 환경을 요구하고 있다. 심지어는 그런 상태를 폭력(무언의 고통)이라고까지 규정한다. 그리고는 <계량화되기도 싫고>, <상호 비교당하기도 싫고>, <어디에 소속된 존재이기도 싫다>고 말한다. 한마디로 <나 자신의 의지대로 살게 내버려다오>라는 것이 이 시의 골자인데, 그러려면 자신의 존재 이유(레종 데트르, raison d’être)에 대해 보다 치열한 성찰의 과정이 필수라고 조언하고 싶다. 그리고 김수영 시인의 시에도 VOGUE라는 시가 있긴 하지만, 가능한 한 영어 제목은 지양하는 쪽이 바람직하리라는 것이 필자의 의견이다.

, 필자의 시 봄의 信號와 어쩌면 이토록 닮았는지 하도 신기해서 필자의 시를 두 구절만 인용해 본다. <드디어 혁명의 시간이 왔다/봄이 온 것이다>

이 시인의 일상은 어딘가 불안정하고 초조하지만 그 상태를 극복하려고 노력하거나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을 앎으로써 조용하고 부드럽게 진행되는 혁명이라고 할 수 있는 <>에 자신의 영혼을 중첩(重疊)시키고 있다 하겠다. 문장의 주부와 술부가 좀 더 매끈하게 정리가 되고 시 전체가 논리적으로 보다 더 세련되게 구축(構築)만 된다면 머지않아 영미시(英美詩)에서 가끔 맛볼 수 았는 이질적이면서도 껴안아 주고 싶은 시적 기발함도 이 시인의 시에서 경험할 수 있을 것 같다.

오정미 시인의 시 6편 중 , 숨바꼭질, 참새의 선물등 세 편을 소개한다.

시인의 착상, 발상, 연상은 부싯불과도 같다. 그 작은 불에서 큰 불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못을 박다가 휘어져 박히지 않고 튕겨져 나가는 못의 모습에서 시인은 과거의 자신의 꼿꼿했던 젊은 시절을 생각한다. 꽃 같았고, 이슬 같았고, 산새처럼 발랄했던 젊음이 이제는 못처럼 튕겨져 나가 버렸지만 그것이 시인 자신이기에 찾고 싶어진다는 내용이다. 화려한 치장 없이 쓴 시라 선택 받았지만, 1, 2, 3행 등이 너무 사설적(辭說的)이라 앞으로 시상(詩想)을 시화하는 데 좀 더 신경을 써 주었으면 좋을 듯싶다.

연애시의 일종으로 보이는 숨바꼭질은 문장에 긴장감은 없었으나 일단은 상대방에 대한 불만감을 여성스럽게 풀어 나간 능력을 보고 장래를 기대하며 선()한 작품인데, 문맥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 연습만 충분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남기는 것이 유감이라 하겠다.

참새의 선물은 아직 습작의 분위기를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느낌을 주는 시다. 즉 제목의 선정이나 언어 구사에 어색함이 많다는 말이다. 1연 첫 행 <대나무 숲에서 참새들이 살고 있다.><대나무 숲에 참새들이 살고 있다.>로 하는 게 맞지 않을까 싶다. <대나무 숲에서 참새들이 재잘대고 있다.>처럼 동작을 가리킬 때는 <에서>가 가능하고, 상태를 가리킬 때는 <>가 가능한 것으로 보면 된다. 부산 서면 한 귀퉁이에 서 있는 정() 모 시인의 시비에도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길이 있다>라는 구절이 있는데 이것도 <길이 끝나는 곳에도/길이 있다>라고 해야 옳은 것이다. 이처럼 시인은 어휘 하나라도 충실하게 다룰 때 시인이라는 타이틀에 부끄럽지 않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그리고 16행의 <한정 없이 행복한><한없이 행복한>으로 바꾸는 것이 chg을 듯한데, 그것은 <한정 없다>는 대체로 <사람의 돈 욕심은 한정이 없다> 형태로 쓰이기 때문이다. 시의 내용상 제목도 <참새의 선물>이라고 하기보다는 <참새를 바라보며> 정도가 어떨는지 묻고 싶다. 이 시 역시 전체적으로 구상이 치밀하지 못한 점이 약점이지만 <참새>를 보는 눈이 <>을 보는 것과도 같은 느낌을 주었기에, 조곤조곤 속삭이듯 써 나가는 솜씨에 앞으로 치밀함이 더해지기만 하면 대성하리라 생각한다.

 

시에 있어서의 신인은 체육계의 신인과는 유()를 달리한다. 즉 루키(rookie)나 파치(puppy), 즉 애송이가 아니라 혜성처럼 등장한 새로운 시인으로 보아야 한다. 그러므로 시적 신인의 작품은 기성시인들의 작품보다 작품성이 나으면 나았지 못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말하자면 비범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비범은 아무도 이해할 수 없는 비범이 아니라 읽으면 읽을수록 비범한 감동으로 평범한 독자들의 심금을 울려 주는 상태를 말한다. 그러한 감동은 먼 데 있기만 한 것이 아니라 조선조(朝鮮朝)의 여류시인 이옥봉(李玉峰), 홍랑(洪娘) 등의 작품을 통해 온고지신(溫故知新)하기를 바라며, 수많은 시인 속에서 눈에 띄려면 어떻게 해야 되는지에 대해 신인들은 감가상각(減價償却)의 정신으로 지성(知性)을 재충전하며 시종일관 깊이 연구하기를 권고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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